UX 6

모두의 마블 뜯어보고 깨달은 '직접 만든 게임이 밍밍한 진짜 이유' — 연출과 타격감 넣기

5화 — 다 만들었는데, 재미가 없다4화 끝에서 고백했다. 풀보드, 업그레이드, 독점, 카드, 밸런스까지 다 넣었는데 — 손이 안 간다. 한 판 하고 나면 "음... 그래서?" 싶은 기분.기능 목록만 보면 완벽했다. 근데 플레이가 밍밍했다. 한참을 노려보다 깨달았다. 내 게임엔 '심장 박동'이 없었다.■ 문제 진단: 플레이어가 아무것도 안 한다냉정하게 뜯어보니, 한 턴에 플레이어가 하는 일이 이거였다. 버튼 누른다 → 말이 순간이동한다 → 결과가 뜬다. 끝.주사위는 100% 운. 내가 개입할 여지 0."매입할까?" → 돈 있으면 무조건 예. 고민 아님.말이 툭 하고 목적지에 나타난다. 굴러가는 맛이 없다.모두의마블이 재밌는 이유는 규칙이 아니다. "제발 저 칸만 아니길…" 하는 그 조마조마함이다.그게 우..

커플 앱 만들기 (8) — 매일 열 이유, 그리고 다음

7화까지 오니 기능은 충분해 보였다. 근데 앱을 쭉 써보다 마지막 질문이 남았다. "이거 매일 열 이유가 있나?"룰렛은 좋은 기능이지만 매일 쓰는 건 아니다. "오늘 뭐 먹지"가 매일 고민은 아니니까. 케미 지수나 대시보드도 자주 볼 건 아니고. 하루하루 앱을 여는 확실한 이유, 소위 말하는 데일리 글루(daily glue)가 없었다. 이걸 마지막으로 풀었다.오늘의 질문 — 매일의 접착제답은 흔하지만 강력한 거였다. 매일 하나씩 뜨는 커플 질문.매일 같은 질문이 두 사람에게 뜬다 ("어른이 됐다고 느낀 순간이 있어?" 같은)근데 핵심은 이거다. 내가 답해야 상대 답이 열린다둘 다 답한 질문은 아카이브에 차곡차곡 쌓인다 방 최상단에 제일 크게 박아놨다. 들어오면 제일 먼저 보이게.이 구조가 마음에 들었던 ..

커플 앱 만들기 (7) — 관계를 데이터로

방향을 튼 뒤로 앱이 살아났고, 이제 여기까지 쌓인 걸 활용할 차례였다. 지금까지 둘이 룰렛 돌리고, 기분 남기고, 내기한 게 전부 포인트 원장(2화의 그거)에 기록으로 쌓여 있었다. 이 데이터를 그냥 두면 아깝다.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로 바꿨다.케미 지수 — 관계를 숫자로최근 7일 활동을 종합해서 0~100점짜리 "이번 주 케미"를 만들었다. 네 가지를 가중합했다.함께 정하기 (룰렛)마음 나누기 (기분 기록)티키타카 (내기)꾸준함 (연속일)점수에 따라 "천생연분 / 깨가 쏟아지는 / 알아가는 중 / 데워지는 중" 같은 레벨도 붙였다. 방 상단에 원형 게이지로 얹어놔서, 들어오면 바로 "우리 이번 주 어때"가 보인다.이것도 새 테이블 없이 원장에서 계산했다. 자꾸 원장 얘기가 나오는데, 진짜로 초반에 이..

커플 앱 만들기 (5) — "예쁜데 재미가 없는데?"

4화까지 만들고 나서 앱을 며칠 써봤다. 미니룸 있고, 미션 있고, 감정 날씨로 방도 흐려지고. 그럴듯했다. 근데 계속 뭔가 걸렸다. 정확히 말하면 이거였다."예쁜데... 재미가 없는데?"이걸 인정하는 게 좀 아팠다. 공들여 만들었으니까. 근데 솔직히 며칠 지나니까 내가 안 열더라. 만든 사람이 안 여는 앱을 누가 열겠나.진단 — 보상이랑 재미는 다르다한참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. 꾸미기는 보상이지 재미가 아니다.포인트 모아서 방 꾸미는 건 "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"이다. 근데 그게 앱을 여는 이유(재미)가 되진 못한다. 재미는 다른 데서 온다. 긴장, 놀이, 예측 불가, 둘 사이의 티키타카 같은 거. 지금 앱엔 그게 없었다. 얌전한 기록·보상 앱이었던 거다.그래서 방향을 크게 틀기로 했다. ..

커플 앱 만들기 (4) — 매일 열게 만드는 법

앱을 만들어놓는 것과 사람들이 매일 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. 특히 커플 앱은 "특별한 날에만 여는 앱"이 되기 쉽다. 그러면 죽는다. 이번 화는 어떻게 매일 열 이유를 심었나 하는 얘기다.두 개의 축을 잡았다. 하나는 "해야 할 것 같은" 습관 장치, 하나는 "챙김받는 느낌"을 주는 케어 장치.습관 장치 — 미션과 연속 기록게임 해본 사람은 다 안다. 데일리 퀘스트, 출석 체크, 연속 접속 보상. 이게 사람을 매일 들어오게 만드는 검증된 장치다. 이걸 그대로 가져왔다.오늘의 미션 — 오늘 룰렛 돌렸나, 오늘 기분 남겼나 같은 걸 체크 항목으로연속 기록(스트릭) — "3일 연속" 이런 거. 끊기기 아까워서 또 들어오게방 상단에 "N일 연속" + 오늘의 미션 + 보너스 버튼을 박아뒀다. 연속 기록이 쌓..

[Midnight 스터디 카페 #4] 공들여 만든 아이소메트릭을 되돌린 이유

가장 하기 싫은 판단3화에서 아이소메트릭은 기술적으로 성공했습니다. 공간감도 생겼고 조작도 자연스러웠어요. 그런데 화면을 오래 볼수록 마음이 안 찼습니다. 공간은 그럴듯한데 어딘가 차갑고, 아까의 동글동글한 톱다운이 오히려 더 아늑했던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죠.개발자가 제일 하기 싫은 판단이 여기서 시작됩니다. 공들여 만든 걸 버릴 것인가.질문을 바꾸다처음엔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했어요. 어떻게 하면 이 아이소메트릭을 더 멋지게 만들까. 그런데 원인을 짚어보니 문제는 투영이 아니었습니다. 코드로 찍어낸 밋밋한 블록 아트가 문제였어요. 톱다운일 땐 단순한 도형이 귀엽게 먹혔는데, 입체로 세우니 그 단순함이 오히려 레고처럼 허전하게 드러난 겁니다.그래서 질문을 바꿨습니다. 어떻게 더 멋지게가 아니라, 이..